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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영의 창원 시계 종주 산행기
    산행 2008. 10. 27. 14:48

     

    김귀영의 창원 시계 종주 산행기

     

     

    1. 언   제 : 2008. 8. 23(토)  구름 많음

    2. 어디에 : 창원시계종주-정병산(556m)-내봉림산(493m)-비음산(510m)-대암산(669m)-신정봉(707m)-용제봉(723m)

                                  -불모산(802m)-덕주봉(602m)-장복산(582m)

    3. 누구랑 : 나홀로

    4. 산행코스 : 창원사격장- 정병산(봉림산)- 내정병산(내봉림산)-용추고개-비음산 갈림길-남산재-대암산-신정봉-용제봉-상점령-불모산

       -웅산갈림길-안민고개-덕주봉- 장복산-마진터널-진해경남문학관

    5. 산행거리 : 33.9km (지도상의 거리와 등산로 상의 표시 거리가 다름, 실제 거리는 35km 정도 될 것으로 추정 됨)

    6. 산행시간 : 14시간 30분(사격장 05:15분 출발- 19;45 경남문학관 도착)

    7. 준비물 : 도시락(김밥4줄,아침, 점심) 물4L, 사과2개, 토마토2개, 복숭아1개, 오이2개, 쪼코렛2개, 등산지도, 볼펜

                  무릅보호대2개, 볼펜1, 스틱1, 수건1, 배냥, 휴대폰, 손전등(디카 못챙김)

    8. 교통편 : 창원대방동 - 택시-창원사격장- 진해문학관- 직행버스-창원대방동 

     

     

    등산지도 

     

     

     

      

    창원시계종주산행 후기

            김 귀 영

     

    건강을 위해 93년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집 뒷산을 오른다. 자주 산을 찾다 보니 이젠 산을 오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산이 크든 작든  정상에서의 조망은 정말 아름답다. 산에 올라야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방울은 세상 시름을 잊게한다. 산행중에 만나는 꽃과 나무들 풀과 산새 소리들은 지친 삶에 활력을 준다. 

    나홀로 산행이면 더 좋다.

     

    인터넷을 통해 창원시계종주 산행기를 접하거나 창원 시계 능선들을 바라 볼 때마다 창원시계종주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했었다. 그러나 체력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창원시계종주를 한다는 것은 내 나이에 객기요 만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처럼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특히 우리 둘째 수능 대박 기원를 위해 꼭 올해에 실행해 보기로 하였다.

     

    일단 여름 휴가를 이용해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7월 첫 날부터 매일 퇴근하면 5km를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구간 산행도 수차례 했었다.  8월 15일에는 대방동 집을 출발하여 삼정자동 유니온 빌리지,

    상점령, 불모산, 안민고개, 장복산, 마진터널 약 23km(대방동 집에서 상점령까지 6.4km임)구간을 9시간 동안 등정했었고, 8월 18일에는 대방동 집을 출발하여 삼정자동 유니온 빌리지, 상점령, 용지봉, 대암산, 비음산, 용추고개, 내정병산, 정병산,창원사격장 약 23km구간을 9시간 30분에 걸쳐 구분 등정을 함으로써 자신감도 어느 정도 가지게 되었다. 이로써 무모한 도전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문제는 당일 날씨가 얼마나 좋으냐가 문제다. 

     

    출발 하루 전 비가 억수같이 쏟아 진다. 

    김밥을 준비하던 마누라 왈 "내일 산행은 날씨 관계로 어려울 것"라는 전망을 한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도 40-80mm의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일기예보 믿는 사람이 있던가? 기상청 체육대회 때도 비가 온다는데 말이다.

    스스로 내일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바램으로 무조건 준비를 한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잠을 청하니 기대반 걱정반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벌써 12시다. 4시 30분에 자명종을 맞추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2시 15분 고3 아들이 독서실에서 돌아와 씻는 소리에 잠을 깻고, 자는둥 마는둥 하다 일어나니 4시15분이다. 채 4시간도 못자고 오늘 산행을 무난히 할지 걱정된다. 빨리 창가로 나가 하늘을 보니 비올 것 같지는 않다. 어제 준비해 놓았던 것을 하나 하나 확인하고 냉장고에 넣어 놓았던 물이랑 과일도 챙긴다.오늘 안전산행과 좋은 일기를 허락해 주도록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가족들이 깰까봐 조용히 집을 나선다.  벌써 5시다.

     

    아파트 정문에 나가니 다행히 택시가 있어 바로 창원사격장으로 향한다. 

    택시 기사 왈 "오늘 날씨는 좋을 것 같단다" 아저씨도 쉬는 날엔 등산을 자주 하는데 창원종주는 아직 못해 봤단다. 사격장까지의 택시요금은 3,800원, 미리 준비한 5천원을 드리고 거스럼 돈을 받지 않았더니 마음을 담아 "오늘 좋은 산행하시라"는 인사를 건넨다.  

     

    5시15분, 사격장 정문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몸무게 75kg, 배낭무게 약 7kg 합 82kg의 거구를 이끌고 말이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아침 등산을 하는 동네 주민들이 눈에 띤다. 물병도 없이 가는 것으로 봐 아마 염소목장이나 정병산 정산까지 다녀올 모양이다. 아침인데 어제 비 때문인지 습도가 높아 완만한 경사인데도 땀이 비같이 쏟아진다.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을 마시고 염소목장 갈림길에 도착하니 벌써 5시 30분이다. 사격장에서 15분 걸려 올라 온 셈이다. 표지판을 보니 사격장에서 여기까지 1.3km를 올라 왔고 정병산 정상까지는 1.2km의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등산지도 상의 거리와 실제 표지판에 표시된 거리가 다르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주로 계단으로 되어 있어 오늘 산행중 제일 힘든 구간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한 분이 스틱 하나 달랑 들고 방금 옆을 지나 간듯 한데 벌써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마 이 길을 아침마다 오르는 사람같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연신 물을 들이킨다. 지금이 시작인데 아직 31km를 더 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오르는 중간 중간 창원 시내쪽을 바라 보니 불빛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창원 시내가 윤곽이 잡혀 한 눈에 들어 온다. 정말 멋있다. 힘들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상에 가까이 오니 아까 옆을 지나갔던 사람들이 벌써 내려 온다. 정상에 도착하니 6시 20분이다. 사격장을 출발한지 55분 만이다. 정병상 정상석까지는 수차례 올라와 보았지만 오늘 종주산행기념으로 증명사진을 찍는다.  디카를 두고 온 것이 너무 아쉽다. 찍어 줄 사람도 없지만 말이다. 종이에 메모할 시간을 아끼느라 오늘 산행일정을  메모해 두기 위함이다. 오늘 갈길이 너무 멀어 쉴 겨를도 없이 어제 비로 채 마르지도 않은 풀들을 밟으며 촘촘히 발길을 재촉한다. 우로는 창원 시내 좌로는 김해 진례, 동읍, 진영이다. 잠에서 덜 깬 산야가 비시시 눈 비비며 서 있는 모습을 바라 보노라니 너무 정겹다. 운무속의 산야가 마치 갓 시집 온 새색시 마냥 수줍은 얼룰로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하는 모습 같다. 다들 토요일이라 늦잠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다. 아마 울 마누라, 장녀, 장남도 꿈속을 헤매고 있겠지...

     

    독수리 바위 계단 구간은 고소 공포증이 조금 있는 나에게는 지날 때마다 겁이 난다. 우회할까 생각하다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눈 딱감고  지난다. 내정병산을 향해 가는데 창원대학쪽에서 아침 운동차 올라 온 몇 사람이 보인다. 하얀 고무신으로 짝을 맞춰 신고 온 중년의 부부도 보인다. 맨발로 산에 오르는 사람은 보았어도 하얀 고무신 신고 그것도 부부가 짝을 맞춰 신고 산행하는 것은 처음 본다.

    사람의 생김새와 생각들이 모두 다르듯이, 산 속 온갖 나무들과 풀들이 제 각각이듯이 세상 살아가는 방식과 모양도 개성시대인 듯 하다. 산에서 꼭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7시 22분 내정병산 표지석에 도착했다. 사격장에서 출발한지 2시간 7분, 정병산 정상에서 출발한지 꼭 1시간만이다. 자주 올랐던 곳이라 잠시 시내를 조망하고 용추고개를 향해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 간다. 한결 힘이 덜 드는 구간이다. 용추고개에 다다르니 이곳에도 아침운동을 나온 분들이 보인다.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배에서 아침 먹을 시간임을 알린다. 한적한 바위를 찾아 마누라가 정성스럽게 싸 준 김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정말 꿀맛이다. 김밥집에서 사 먹던 것보다 백배나 더 맛이 있다. 홀로 산행하는 남편을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해 준 마누라가 너무 고맙다. 아침 식사 시작 할 때가 7시 52분,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잠시 휴식을 하고 8시 12분 다시 벌거숭이 꽃 동산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아직 걸을만하다. 조금의 오르막길을 지나면 비음산 갈림길 까지는 무난한 코스다.  

     

    8시 55분 용추고개를 출발한지 43분만에 벌거숭이 꽃동산에 도착했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이 참 재미있다. 나무들이 많이 없고 벗꽃나무를 심어 놓아 아마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진례쪽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기념 사진 한장을 남긴다. 앞으로 갈 코스는 비음산, 대암산 대방동 울 집 뒷산들이다. 집이 가까워 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진례산성 동문을 지나 비음산 갈림길을 향해 오른다. 이 길은 옛날엔 진흙길로 다니기 어려웠는데 나무계단으로 잘 단장하여 오르기가 한결 편하다. 비음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대암산 정상까지 2.6km라는 표지가 보인다. 잠시 휴식 후 갈길도 멀고 또 비음산은 자주 올랐던 산이라 그냥 지나 남산재를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여기 부터는 대방동이나 사파동 동성아파트에서 올라 온 등산객들과 자주 마주친다. 9시 33분 남산재 사거리에 도착했다. 대암산 정상까지는 1.9km라는 표지가 보인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사파동 동성아파트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진례 평지마을이다.바로 직진하여 대암산을 향해 오른다. 오늘 산행 중 정병산 오르는 코스 다음으로 힘든 구간이다. 자주 올랐던 길이지만 오늘따라 힘이 부친다. 이 구간은 신발이 닳도록 다녔던 길이고 오른쪽엔 집이 있어 여유롭게 풍광을 즐기며 걷는다. 남산재에서 대암산으로 가는 구간에서는 대방동 쪽으로 내려 가는 등산로들이 많아 힘들면 바로 하산하면 집이다. 그냥 집으로 갈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동안 준비해 온 종주인데... 유혹을 뿌리치고 비지같은 땀을 흘리며 대암산을 향해 다시 계속 오른다.

     

    10시 46분 대암산 정상 669m에 도착했다. 사격장을 출발한지 5시간 31분만이다. 산행기록을 위해 휴대폰으로 증명사진을 찍고 바로 용제봉으로 향한다. 오늘 대암산 정상은 다른 때의 모습과 달라 보인다. 대암산을 목표로 올라온 산님들은 온기종기 모여 여유롭게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11시 58분 용제봉 정상에 도착했다. 대암산을 출발한지 1시간 12분만이고, 사격장을 출발한지 6시간 43분 만이다.  용제봉은 723m로 대암산보다 54m가 더 높다. 창원종주 코스중 불모산 802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용지봉은 일명 용제봉이라고도 부른다. 용지봉에서는 간단한 커피와 컵라면 등 요기될 만한 간식거리를 팔기도 한다. 주말이나 휴일엔 김해 장유쪽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창원 대방동 쪽에서 올라간 산님들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용지봉에서 1분을 머물렀을까 다시 발길을 옮겨 12시 15분에 돌무지 언덕 산마루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오늘 갈 능선들을 바라 보니 갈길이 까마득하다. 얼른 서둘러 상점령을 향해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제법 급경사다. 돌무지 너덜구간에는 신정봉을 오를 때 보았던 돌탑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누군가 바램과 정성을 쏟아 몇개의 돌탑들을 멋있게 쌓아 놓았다. 산에 자주 오면서 느낀 것인데 돌들이 있는 곳엔 빠짐없이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쌓았는지 돌탑들이 즐비하다. 마이산 돌탑을 보더러도 아마 우리 민족은 정성을 담아 돌탑 쌓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12시 53분, 용제봉을 출발한지 53분만에 상점령에 도착했다. 사격장을 출발한지 7시간 38분만이다. 오늘 등산코스 중 절반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상점령은 창원 삼정자동, 불모산동과 김해 장유를 넘나들던 고갯마루이다. 이 곳부터 불모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 구간이다.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다. 임도로 가는 것과 숲속 길로 가는 것이 있다. 나는 숲속길을 택한다. 반을 등정했다는 자부심으로 불모산 정상을 향해 발길을 다시 내 디딘다. 임도는 경사가 완만하나 한여름에는 그늘이 없어 걷기가 힘들고, 숲속 길은 경사가 급하나 태고적 원시림속을 걷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숲속 길을 오르는데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오후 2시 8분, 상점령을 출발한지 1시간 15분만에 불모산 송신탑 옆에 도착했다. 상점령에서 부터 불모산 정상까지는 2.7km의 거리다. 

    송신탑이 있는 정상 802m에는 철망으로 둘러 있어 들어 갈 수 없고 철망을 끼고 좌로 돌아 웅산으로 향한다. 가까이에서 보는 통신탑은 언제보아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불모산에서 웅산 갈림길 까지는 계속 내리막 길이다. 진해 시루봉으로 갈려면 웅산을 향해 직진으로 오르막 길로 가야 하고, 물론 웅산 정상에서 안민고개로 가는 길도 있다.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 일전 와본 적이 있는 지름길로 우회하여 안민고개로 향한다. 

     

    배가 출출하여 휴대폰 시간을 보니 벌써 3시 3분이다. 산행후기를 쓰기 위해 중간 중간 메모성 사진 촬영을 했더니 밧데리가 거의 방전된 상태다. 배도 충전 휴대폰도 충전해야 하는데 예비 밧데리를 가져오지 않아 걱정이다. 안민고개 접어들기 50m 전 나무그늘에서 지나온 불모산 정상을 바라보며 일단 늦은 점심을 먹는다. 혼자 먹어도 정말 꿀 맛이다. 발아래 저 멀리 신라 고찰 성주사도 보인다. 종주 산행을 할 땐 꼭 예비 밧데리를 챙겨야 할 것 같다. 점심을 먹었더니 힘은 조금 솟는데 다리는 천근 만근이다.

     

    웅산에서 안민터널 구간은 5.3km로 전체적으로는 내리막 길이고 부분 부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평소 안민고개 능선을 바라 볼 땐 꼭 공룡등 같이 생겼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오늘 따라 이 길도 힘이 든다. 오후 4시 34분 사격장을 출발한지 꼭 11시간 29분만에 안민고개에 도착했다. 안민고개에는 창원쪽이나 진해쪽 모두 전망대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 양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다. 벗꽃이 필즈음이면 평일에도 발 디딜틈이 없다. 그만큼 전망이 정말 좋은 곳이다. 안민고개에는 산님들과 이곳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커피, 오뎅 등 간식거리를 파는 간이 상점들이 있다. 안민고개에서 산행을 중단하고 집으로 그냥 갈까도 생각해 본다. 더운 날씨에 지친 몸, 하지만 오늘 종주 못하면 언제 할 수 있으랴. 지나 온 길이 아까워서 다시 이를 악물고 덕주봉을 향해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워 그냥 길가 풀섶에 드러 눕고 싶다.

     

    휴대폰 밧데리가 다 방전되었다는 신호를 울린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어 집사람과 통화를 한다. 통화 도중 휴대폰이 끊긴다. 집사람이 통화도중에 전화가 끊겨 혹시 사고를 당하지 않았나 걱정할까봐 내가 더 걱정된다. 안민고개에서 덕주봉 까지는 2.5km인데 계속 오르막길이다. 오늘 따라 참 힘이든다. 발도 다리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다리에 쥐도 날려고 한다. 바람도 없다. 서쪽으로 넘어 가는 해를 안고 걸어야 하기 대문에 더 힘이 들고 땀도 많이 난다. 오늘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아마 한강을 채우고도 남았을 것 같다. 땀이 다 말랐을것 같은데 어디서 나는지 계속 땀이 흐른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고 간간히 내려 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려오는 사람을 붙잡고 나는 창원 사격장에서 오는 길이라고 은근히 자랑하고픈 마음이 든다. 하지만 갈길이 바쁘다.

     

    몸은 천근 만근이지만 좌로 진해만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을 바라 볼 때마다 우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창원산업기지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 힘을 얻는다. 건너편으로 오늘 지나온 능선들이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저 능선들을 지나 왔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안민고개에서 덕주봉까지의 구간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정말 멋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 구간은 간간히 바위 구간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나 야간 산행때에는 특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바쁘다. 배낭속 빈 물병들의 딸랑거리는 소리를 친구삼아 덕주봉 602m에 도착했다. 휴대폰 밧데리가 방전되어 이젠 시간도 확인할 수 없다. 덕주봉에서도 눈 도장만 찍고 장복산을 향해 내달린다. 내달린다지만 걸음 속도는 춘향이 걸음 걸이다. 진흥사 갈림길 정자에서 진해쪽에서 올라 왔는지 안민동 향토예비군 훈련장쪽에서 올라 왔는지 반가운 산님 한분을 만났다. 정말 반갑다. 갈길이 바빠 간단한 인사만 건네고 걸음을 재촉한다. 덕주봉에서 여기까지 오는 중에 처음 만난 사람이다. 혼자 오느라 쬐금 무서웠는데 제법 위안이 된다.

     

    드디어 오늘 산행 중 마지막 정상인 장복산 582m  정상에 도착했다.  해가 구름속에서 숨박꼭질을 하더니 무학산 너머로 넘어간다. 진해시내에서는 불빛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마진터널까지 1.2km, 마진터널에서 장복산 휴게소까지 1.4km, 모두 2.8km를 더 가야한다.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했는데도 저 멀리 마산대교가 어럼풋이 보인다. 마음이 바빠진다. 장복산에서 마진터널까지의 구간은 내리막길인데도 지친몸 때문인지, 바위구간을 지나야 하기 때문인지, 어둠 때문인지, 숲으로 길이 보이지 않아서 인지 너무 힘이든다.

    아마 이들이 합해저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마진터널 위에 다 왔을 쯤 숲을 헤치고 오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땀이 온 몸을 다시 적신다. 엄마손 잡고 시장 따라 갔다가 시장통에서 엄마 잃고 우는 아이같은 심정이다. 15분정도 해맸을까 간신히 길을 다시 찾았다. 앞으로 갈길이 2km정도 남았는데 길을 찾으니 마음은 날머리에 다 도착한 기분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마진터널 위에서 도로까지 내려 오는 구간은 어제 비로 너무 미끄럽다. 전등을 들었지만 높낮이 구별이 어려워 스틱도 사용할 수 없고 양쪽 풀들과 나무들을 잡고 내려 오는데 엉덩방아 찧기를 수십 번. 잘 못하단간 넘어져 죽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으니 겁이 더 난다. 군대 유격받을 때 보다 몇 십배 더 힘든 것 같다. 손에 상처도 나고 말이 아니다. 적진을 벗어나는 심정으로 혼신의 힘으로 내려온다. 간신히 도로에 도착하는 순간 " 야 ! " 라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절로 난다.

     

    오늘 산행종점인 진해 경남문학관까지는 아직 1.4km 더 남았다. 잘 정비된 마산, 진해 구 도로를 따라 내려 온다. 몸은 힘들지만 콧노래가 절로 난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은혜 고마워....... " 어느듯 장복산 휴게소 조각공원이다. 공원안에 있는 화장실에 들려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꼭 패잔병 같다. 마음은 개선장군인데 말이다.

     

    오후 7시 45분 드디어 경남문학관에 도착했다. 차를 기다리는 학생으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무사히 하산하였음을 아내에게 알린다. 가족들의 걱정과 격려, 기대와 두려움으로 출발한 오늘 산행을 무사히 끝낸다.  창원사격장을 출발한지 꼭 14시간 30분만에 꿈에도 그리던 창원시계종주산행의 대 역사를 마무리 한다. 

     

    창원 대방동 울 집에 도착해 아파트 문을 여니 베이징 올림픽 야구경기에서 한국이 쿠바를 꺽고 이겼다는 아나운서의 감동석인 목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집집마다 치는 박수소리와 환호성 때문에 아파트 단지가 떠나 갈 것 같다. 마치 창원시계종주산행을 끝내고 돌아온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이.... 

     

    집사람이 땀으로 얼룩진 나를 말없이 살포시 안아 준다. 오늘 따라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다. 정말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이 나이에 창원시계 33.9km를 종주할 수 있는 체력을 주신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

     

     2008. 8. 23(토)  김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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